창업보다 어려운 폐업 — 숫자로 본 자영업의 출구
2024년 100만 8천 개, 2025년 97만 6천 개. 폐업 통계와 폐업 비용·부채 실태를 정리하고, 우리가 가진 인허가 데이터가 폐업을 왜 보여 주지 못하는지, 그리고 어떤 공식 지원제도가 있는지 짚었어요.
창업 이야기는 넘치는데 폐업 이야기는 드물어요. 검색해 보면 “이 업종 유망한가요”는 수만 건이고 “어떻게 접어야 하나요”는 손에 꼽을 정도예요. 그런데 통계를 보면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에요. 한 해에 문을 닫는 사업자가 100만 명 안팎인 나라에서, 닫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이렇게 적다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요.
오늘은 폐업을 숫자로 볼게요. 그리고 저희 프차리플이 가진 인허가·상가업소 데이터가 왜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지도 솔직하게 적을게요. 마지막에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공식 제도를 정리했어요.
2024년에 처음 100만을 넘었고, 2025년에 조금 줄었어요
먼저 큰 그림부터 볼게요. 2024년 폐업 신고 사업자는 100만 8,282명으로,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었어요. 전년보다 2만 1,795명 늘어난 수치였어요. 세계일보
그다음 해는 방향이 살짝 바뀌었어요. 중소벤처기업부가 2026년 6월 30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폐업은 97만 6,000개로 전년보다 3만 2,000개 줄었고, 폐업률은 8.64%로 전년 9.04%에서 0.40%p 낮아졌어요. 원자료는 국세청이 6월 29일 국세통계포털에 공개한 2025년 폐업자 현황이고, 여기에 폐업 소상공인 1,500명 설문이 함께 붙었어요. 중소벤처기업부 보도자료
숫자가 줄었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에요. 97만 6,000개는 여전히 2023년 이전 어느 해보다 큰 규모고, 감소폭도 3% 남짓이에요. “100만에서 97만으로 내려왔다”는 문장은 개선이라기보다 고점 부근의 정체에 가까워요.
폐업률은 업종에 따라 5배 가까이 벌어져요
전체 평균 8.64%라는 숫자는 사실 별 정보를 주지 않아요. 쪼개 보면 격차가 커요.
| 구분 | 폐업률 | 폐업 규모 |
|---|---|---|
| 전체 | 8.64% | 97.6만 개 |
| 개인사업자 | 9.06% | 89.0만 개 |
| 법인사업자 | 5.79% | 8.5만 개 |
| 소매업 | 15.40% | — |
| 음식업 | 15.14% | — |
| 소상공인 6대 업종 | 11.08% | — |
| 전기·가스·수도업 | 3.29% | — |
소매업 15.40%와 전기·가스·수도업 3.29% 사이에는 4.7배 차이가 있어요.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를 묶은 소상공인 6대 업종은 11.08%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어요. 머니투데이
여기서 짚고 갈 게 있어요. 창업 상담에서 “이 업종 폐업률이 높다던데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대부분 출처가 없는 숫자예요. 공식 통계로 확인 가능한 건 위 수준의 대분류 폐업률이에요. “무인아이스크림 폐업률 몇 %”처럼 세분화된 수치는 공식 통계에 존재하지 않아요. 어딘가에서 봤다면 출처를 먼저 확인하시길 권해요.
오래 버틴 가게가 무너지고 있어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존속기간 분포예요. 흔히 폐업은 초기 창업자의 문제로 이야기되는데, 최근 통계는 반대 방향을 가리켜요.
3년 이상 영업한 사업체가 전체 폐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43.9%에서 2025년 **49.2%**로 올라갔어요. 3~10년 구간 폐업은 34만 6,105개로 전년 31만 4,452개보다 늘었고, 10년 이상 구간도 13만 3,384개로 전년 11만 8,744개에서 증가했어요. 경향신문
즉 “버티면 살아남는다”는 명제가 흔들리고 있어요. 자리 잡은 가게가 무너진다는 건 개별 사업자의 준비 부족보다 수요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라는 조언이 잘 듣지 않는 국면이라는 뜻이기도 해요.
연령대도 마찬가지예요. 60세 이상 폐업은 23만 7,675개로 전체의 24.4%를 차지했어요. 연령대별 평균 부채는 60대 이상이 약 9,897만 원, 20대 이하가 3,567만 원으로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어요.
폐업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왔어요
지역 분포도 짚고 갈 만해요. 2025년 폐업 97만 6,000개 중 수도권이 54만 8,000개로 절반을 넘었어요. 사업체가 몰려 있으니 폐업도 몰리는 게 당연하지만, 수도권 창업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통념과는 결이 다른 그림이에요.
폐업 사유 통계도 조심해서 읽어야 해요. 국세청 통계상 ‘사업부진’이 50.4%, 6대 업종은 55.7%인데, 이건 폐업신고서에 적힌 사유 코드예요. 반면 중기부가 발표한 폐업 소상공인 1,500명 설문(실사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유관기관이 진행)에서는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이 70.9%로 나왔어요. 두 숫자가 다른 건 통계가 틀려서가 아니라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신고서 항목은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설문은 복수의 사정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인용할 때 어느 쪽 숫자인지 밝히지 않으면 오해가 생겨요.
닫는 데도 돈이 들어요 — 평균 1,286만 원
폐업이 “그만두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은 설문에서 분명히 드러나요.
- 평균 폐업 비용: 1,286만 원
- 폐업 결심 시점에 부채를 갖고 있던 비율: 68.5%
- 평균 부채액: 8,531만 원
- 폐업을 결심한 이유 1위: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 70.9% (국세청 통계상 폐업 사유는 ‘사업부진’ 50.4%, 6대 업종은 55.7%)
- 폐업 이후 가장 큰 어려움: 가계 생계비 부족 40.5%, 채무로 인한 경제활동 곤란 22.1%
폐업 비용 1,286만 원이라는 숫자가 특히 중요해요. 원상복구와 철거에 돈이 드니까, 돈이 없어서 폐업을 못 하는 상태가 실제로 생겨요. 임대료는 계속 나가는데 정리 비용이 없어 문을 열어 두는 경우죠. 뒤에 나오는 지원제도가 왜 철거비부터 다루는지 이 숫자가 설명해 줘요.
폐업 이후 진로는 취업(준비 중 포함) 41.4%, 재창업(준비 중 포함) 26.9%였어요. 넷 중 하나 이상이 다시 창업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라, 폐업 정보가 곧 다음 창업의 준비 자료가 되기도 해요.
저희 데이터로는 폐업을 셀 수 없어요
여기서 저희가 가진 데이터의 한계를 밝혀야겠어요. 프차리플은 전국 상가업소 정보를 업종·시군구 단위로 정리해 두고 있어요. 2026-06 기준 스냅샷이고 원본 행수는 2,772,484행이에요. 이 자료로 지금 영업 중인 업소 수는 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 음식점업(일반): 840,255곳
- 미용실: 185,210곳
- 분식·간이음식점: 78,399곳
- 제과점: 31,168곳
- 네일숍: 27,493곳
- 세탁소·셀프빨래방: 25,136곳
- 자동차 세차장: 14,318곳
그런데 이 데이터의 폐업 수치는 전 업종에서 0이에요. 데이터 파일에 기록된 설명 그대로 옮기면, 이 소스에는 인허가일자도 폐업 기록도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0은 “폐업이 없었다”가 아니라 **“셀 근거가 없다”**는 표시예요.
이 한계를 굳이 밝히는 이유가 있어요. 위 모수에 앞서 본 업종별 폐업률을 곱해 “올해 음식점 몇 곳이 사라진다”는 식의 계산을 하는 글이 종종 보이는데, 그 계산은 성립하지 않아요. 폐업률의 분모는 국세청 사업자 등록 기준이고, 상가업소 스냅샷의 모수는 집계 기준이 다르며 시점도 어긋나요. 다른 자를 이어 붙여 만든 숫자는 근거가 아니라 착시예요.
그래서 이 글의 폐업 수치는 전부 국세청·중기부 공식 통계에서 가져왔고, 저희 데이터는 “지금 남아 있는 규모”를 보여 주는 용도로만 썼어요.
닫는 절차는 두 갈래예요
실무로 넘어가 볼게요. 폐업은 하나의 신고가 아니라 최소 두 갈래예요.
첫째, 세무서 쪽 폐업신고. 정부24 민원 안내 기준으로 사업자의 휴업·폐업 신고는 처리기간 3시간(야간·휴일 제외), 수수료는 무료예요. 인터넷·방문·우편·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고, 서식은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9호 서식을 써요. 정부24 사업자의 휴업(폐업)신고 폐업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25일 이내에 부가가치세 확정신고를 해야 하고, 폐업했더라도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의무는 남아요.
둘째, 인허가 쪽 폐업신고. 식품영업신고, 공중위생영업신고, 동물미용업 등록처럼 별도 인허가를 받고 시작한 업종은 관할 관청에 영업 폐업신고를 따로 해야 해요. 세무서 폐업신고를 했다고 자동으로 정리되지 않아요. 이 절차를 빠뜨리면 영업신고가 남아 있어 같은 자리에서 다음 사업자가 신고를 못 하는 상황이 생기고, 실제로 “기존 영업장 미폐업” 때문에 신규 신고가 제한된다는 안내를 여러 지자체가 명시하고 있어요.
임대차 원상복구 범위와 시점은 계약서에 따라 다르니, 폐업일을 정하기 전에 계약서 조항부터 확인하시는 편이 좋아요.
공식 지원제도 — 희망리턴패키지
정리 비용이 부담이라면 먼저 볼 곳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희망리턴패키지예요. 폐업(예정)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정리 단계, 취업 전환 단계, 재창업 단계를 나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희망리턴패키지 누리집
- 사업정리 지원: 점포철거비, 사업정리 컨설팅, 법률자문, 채무조정 연계
- 취업 지원: 기초·심화 취업교육, 전직장려수당, 국민취업지원제도 연계
- 재창업 지원: 경영진단, 사업화 교육, 재창업 자금
이 가운데 가장 직접적인 건 점포철거비예요. 정부는 점포철거비 지원 한도를 400만 원에서 최대 600만 원으로 확대하고 재창업 자금 지원을 함께 추진한다고 밝혔어요. 머니투데이 다만 지원 단가와 한도는 폐업일 기준·면적 기준에 따라 갈리고 연도별 공고로 확정되니, 신청 전에 반드시 희망리턴패키지 누리집이나 소상공인24의 그해 공고문을 직접 확인하셔야 해요. 블로그 요약본만 보고 준비했다가 기준일 한 줄 때문에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정리하면
폐업 통계가 알려 주는 사실은 세 가지예요. 규모는 100만 안팎에서 고착됐고, 소매·음식업에 집중돼 있으며, 오래 버틴 가게일수록 위태로워졌다는 것. 그리고 폐업에는 평균 1,286만 원이 들고, 열에 일곱은 빚을 진 채로 문을 닫아요.
이 숫자들이 우울하게 읽히겠지만, 실용적인 함의도 분명해요. 창업을 준비할 때 출구 비용을 같이 계산해야 한다는 거예요. 시설 투자액을 잡을 때 철거·원상복구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적어 두면, 최악의 경우에도 선택지가 남아요.
업종별로 어떤 인허가를 받았고 그래서 어디에 폐업신고를 해야 하는지는 업종별 창업 가이드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아직 시작 전이라면, 계약하기 전에 어떤 신고가 걸리는지부터 인허가 진단기로 훑어 두시길 권해요. 여는 절차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닫는 절차도 덜 헤매더라고요.